【이코노미조선】 “中·日 온라인 쇼핑족 잡아라!” 해외직판 열풍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직구 붐이 일면서 해외직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아예 해외에서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알리바바·타오바오·아마존 등 해외 유명 오픈마켓에 입점하기도 한다. 해외직판은 한국 기업이 외국인에게 현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도 유망…중·장기 전략 세워야 실패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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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라인 사이트인 ‘애드프린트’에서 명함을 주문한 일본 소비자는 3~4일이면 명함을 받는다. 일본 소비자는 이 명함이 일본 내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찍어 택배로 보낸 것이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티쿤글로벌은 지난해 온라인 직판을 통해 일본에 100억원어치의 명함, 인쇄물, 판촉물 등을 수출했다.

김종박 티쿤글로벌 대표는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지 온라인 해외직판은 너무 쉽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에게 파는 거나 일본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나 똑같습니다. 싸고 좋으면 팔립니다. 제주도에 파는 거와 다를 게 없어요. 국내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능력이면 해외직판 쇼핑몰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인쇄기도 없고, 공장도 없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으면 충무로에 있는 인쇄소에서 명함을 만들어 일본 택배업체를 통해 배송한다. 명함 200매의 일본 판매 가격은 1만2000원이다. 한국에서 4000~5000원 정도 받는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남는 장사다. 김 대표는 “일본 자체에서 생산된 명함보다 가격경쟁력이 월등하다”며 “싸니까 꾸준히 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컴퓨터 바탕화면을 홈페이지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다. 벤처 광풍이 불던 때라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투자자 중에 일본 회사가 있었다. 그것이 일본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됐다.

수익모델이 약했던 첫 회사가 망할 무렵인 2003년 그는 한국 소비자가 일본의 야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은 자연스럽게 일본상품 구매대행, 일본 쇼핑몰의 판매대행 서비스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사업도 자금 부족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후배가 한국 택배박스를 일본에 온라인으로 직판하는 일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자본금도 없었고, 둘 다 무역도 몰랐어요. 야후 경매대행 서비스를 해 본 저의 경험과 택배박스를 한국에서 팔아 본 후배의 경험이 전부였어요.”

김 대표가 택배박스 제작 위탁 계약에서부터 일본 택배박스 시장조사, 일본법인 설립과 대표 채용, 일본창고 임차 등을 맡았다. 모든 게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해보니 별 것 아니었다.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날로부터 82일 만에 첫 매출이 일어났다. 지금도 이 회사는 한국 택배박스를 일본에 연간 100억원 이상 팔고 있다.

동업을 그만두고 그가 일본에 온라인 직판사이트인 ‘애드프린트’를 만든 것은 2007년. 택배박스가 팔리는 것을 본 그가 시장조사를 통해 찾아낸 품목이 명함, 인쇄물, 판촉물 등이었다. 직원 3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한국 73명, 일본 7명, 중국에 6명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만든 부직포 가방을 일본에서 직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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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는 현지 쇼핑몰 개설이 유리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직판’보다는 ‘역직구’라는 단어가 주로 쓰였다. 역직구는 해외소비자가 한국에 개설된 온라인 쇼핑몰로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반면, 해외직판은 소비자가 현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리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역직구보다 적극적인 수출 전략이 해외직판이다. 사이트 관리는 한국에서 할 수도 있고, 제품 재고가 한국에 있어도 된다. 외국에 있는 소비자는 전혀 불편 없이 편리하게 클릭 몇 번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자가 해외직구에 열광했듯이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셈이다.

김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해외 소비자를 한국 쇼핑몰로 불러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해외 소비자가 아는 역직구 판로는 한국 대형 오픈마켓”이라고 말했다. 상품 경쟁력만 있다면 G마켓 같은 국내 대형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것보다 해외 현지에 쇼핑몰을 직접 구축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얘기다.

그가 라쿠텐이나 알리바바 등과 같은 유명 글로벌 사이트에 입점을 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이 성공한 사례가 없어요. 자체 규모는 엄청나지만 자신을 드러낼 방법이 없어요. 소비자들은 라쿠텐을 기억하지 애드프린트라는 브랜드는 기억하지 못해요. 단골을 모을 수가 없죠.”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이 온라인 직판을 위해 당장 해외에 쇼핑몰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 유통업체가 가망성 있는 해외 소비자들을 찾고, 그들이 접근하기 쉬운 온라인 혹은 모바일 사이트를 개설해 홍보해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외 진출국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국에 맞는 전략 개발도 필수다.

티쿤글로벌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티쿤을 이용해 6개 업체가 일본에 직판을 시작했다. 준비하는 업체도 10개다. 의류·가방·단추·종이컵·캐리커처·모자 등 업종은 다양하다.

김 대표는 일본법인 설치, 반품, 대량거래 취급 등은 티쿤이 일본법인을 통해 해결해주지만 현지 고객 응대와 홈페이지 제작, 웹사이트 광고 등은 직접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디에 진출하는 것이 유망할까. 중국과 동남아가 가장 먼저 꼽힌다. 중국 온라인쇼핑 시장은 매년 40%를 웃도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해외직구족은 2018년 3600만명, 소비액은 16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국가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동남아 주요 5개국의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도 2009년 90억달러였던 것이 2020년에는 25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해외직판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류 열풍 덕분이다. 특히 김 대표는 “아직까지 소규모 쇼핑몰들은 동남아시아 진출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다”고 설명했다.

동대문 중소 패션업체의 중국 내 쇼핑몰 운영대행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11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회사가 있다. 바로 에이컴메이트다. 이 회사는 B2B2C 플랫폼형 쇼핑몰 ‘더제이미닷컴’과 구매대행 사이트 ‘고포유’ 등 중국 내 한국상품의 최대 온라인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 내 직접 판매를 희망하는 한국기업에 전자상거래 원스톱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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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강철용 에이컴메이트 대표는 “단기적인 마케팅보다 중장기적인 전략을 토대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해외직판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 김종박 티쿤글로벌 대표는 “해외직판은 전혀 어렵지 않다”며 “중소기업들은 바로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컴메이트, 동대문 의류 중국에 1000억 넘게 팔아
더제이미닷컴은 중국 최대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의 셀러들에게 한국의 온라인 의류브랜드를 판매한다. 2009년 오픈 후 국내 유명 여성의류 쇼핑몰을 비롯, 한국의 인기 브랜드 90여개와 제휴를 맺고 중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고포유는 중국 내 한국 구매대행 1위 사이트다. 중국 고객을 상대로 한국상품의 구매에서부터 배송까지 책임진다. 구매를 대행하는 브랜드는 3000여개에 달한다. 중국 내 구매대행 시장은 한국상품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이 늘면서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에이컴메이트의 강철용 대표가 20대 시절 처음 시작한 사업은 저가의 중국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일이었다. 낮은 원가에 매달려 중국제품을 가져다 팔았는데 결국 재고만 수두룩하게 남고 문을 닫게 됐다.

실패를 겪은 후 강 대표는 발상을 전환해 중국 온라인 시장에 진출해 한국상품을 유통하는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중국 온라인 시장은 태동기였고, 한국 패션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는 시기였다.

처음 중국시장 진출을 결심했을 때는 응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제품을 과연 중국 소비자들이 사겠느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중국에는 유행에 민감하고 구매력을 갖춘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 패션업체들도 믿지 못했다. 강 대표는 7명의 직원과 업체를 돌며 직접 제품을 실어 날랐다. 정산을 1주일 단위로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때마침 한류열풍이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 스타일의 패션을 찾기 시작했다.

인기가 치솟자 현지 대기업도 손을 내밀었다. 바로 중국 최대 B2C 유통 사이트인 타오바오였다. 타오바오에서 ‘한국관(패션 부문)’을 독점적으로 운영해달라고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타오바오가 파트너십 제안을 한 것은 에이컴메이트에 큰 기회였다.

하지만 타오바오 한국관 입점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 회사의 송종선 부사장은 “정확히는 타오바오 내 B2C 사업을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티몰’ 운영이 성공적이지 않았어요. 티몰에서는 점포를 운영하는 주체가 상품기획에서부터 고객상담, 물류, 배송, 사후관리 등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한국에 없는 모델이어서 이해를 못했어요. 또 대형 브랜드들은 한국관에 굳이 들어오려고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 실패를 겪으며 체득한 노하우는 성공의 발판이 됐어요.”

최근엔 국내 유명 패션브랜드도 에이컴메이트를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빈폴, 라피도, 코오롱스포츠 등의 브랜드가 운영대행을 맡겼다.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 등 한국 브랜드의 온라인사업부서 역할도 해준다.

강 대표는 “중국시장은 한국과는 다른 유통 체계와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마케팅보다 중장기적인 전략을 토대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 해외직판에 정부도 적극 지원
최근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정부도 해외직판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금액은 15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해외 소비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 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역직구 금액은 2800만달러에 불과했다. 무역적자가 15억2200만달러다.

이같이 심화하는 전자상거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중소기업용 해외직판 플랫폼인 ‘K몰24’다. 지난해 6월 무역협회는 150개 중소기업의 1500개 상품을 등록해 K몰24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난 12월 말 기준으로 K몰24에는 800개사의 8000개 상품이 등록돼 미국, 일본, 중국 소비자들의 직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K몰24에 등록된 상품은 해외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미국), 티몰(중국)에 상품을 연계 등록할 수 있어 해외직판시장 진출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2월부터는 미국 이베이, 일본의 라쿠텐 등에도 상품이 연계 등록된다.

올해 무역협회는 K몰24에 1000개사의 상품 1만개를 등록해 수출 500만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3월에 K몰24 모바일앱 서비스를 개시해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 이상인 2억3000명 인구의 인도네시아 시장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직판을 통해 새로운 수출기회가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을 할지, 아니면 해외에 독립몰을 차릴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김종박 대표는 “무조건 해외직판을 하겠다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며 “꾸준히 단골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다소 걸리고, 직접 홍보도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시장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송종선 부사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옷이 아니라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며 “음악에서부터 모델, 촬영기법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글: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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